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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사무국 등록일: 2004-12-03 12:59:07      조회수: 8910
제목 : 주휴 2일제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여가정책-최석호 교수
제목: 주휴 2일제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여가정책

국가전문행정연수원 특강 원고 입니다.

최석호(Postgraduate Researcher)
Theory Culture & Society Centre, Nottingham Trent University, UK
2004년 11월 1일 월요일


1. 여가의 세계화

가. 시간의 희소성 증가

시간의 희소성이 증가하면서 단위 시간당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로 전락한 여가시간에서 더욱 시간을 절약하기 때문에 여가소비의 질은 늘어난 소득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다. 따라서 시간의 재배분이 발생한다. 여가시간과 유지시간의 가격은 낮고 노동시간의 가격은 높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시간을 줄이고 가격이 높은 시간을 늘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결정하고 소비할 때 보다 소비에서 더 많은 실수를 범하게 된다. 사람들은 더욱 더 불확실한 근거 위에서 소비활동을 하게 된다(Linder 1970: 64-67). 시간의 희소성 증가에서 비롯된 소득증가의 한계효용 감소 때문에 경제성장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여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은 요원해지게 된다.
시간의 희소성 증가는 추가적인 소득의 한계효용을 감소시킨다(declining limit utility of income increase). 시간이 희소해지면 소득이 늘어났을 때 느끼게 되는 즐거움이 자꾸만 줄어든다. 소득의 증가가 소비의 한계효용을 떨어뜨리면, 소비가 증가한다. 시간보다 상품이 더 저렴해져서 시간(유지시간과 소비시간)을 상품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품에 의한 시간의 대체는 구매상품의 양을 증가시키면 시킬수록 효용은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상품에 의한 시간의 대체 가능성 증가는 추가적인 소득증가의 효용이 영에 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소비를 늘려가고 이로써 자신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려 한다. 소비수준 향상 노력이 가속화된다. 물질적인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소비의 양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높아진다. 그러나 물질적 수준 개선은 소비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소비가 증가되면 될수록 물질적 수준 향상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면 국가의 경제정책과 개인의 경제적 노력에서 경제성장이 대단히 중요해 진다. 소비를 증가시킴으로써 물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곤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를 경제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Linder, 1970: 128-130).

나. 노동의 브라질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따라 노동관계에 대한 탈규제와 노동력의 유연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사회가 위험감수사회로 변동해 갈 때 노동에서 나타나는 불안정성을 울리히 벡(Ulrich Beck)은 "노동의 브라질화"로 개념화했다. 임금이나 급료에 의존하는 취업자들은 적고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온갖 종류의 용역제공자로서 무슨 일이든 어떤 고용조건이든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전전하는 노동 유목민 같은 브라질 노동자의 상황은 이제 곧 유럽에서도 현실로 대두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를 보면, 1960년대에는 약 10% 정도의 노동자들만이 이런 식으로 위험하게 동요하는 취업자군에 속했었는데, 1970년대 들어 그 비율은 1/5이 되었고, 1980년대에는 1/4이 되었으며, 1990년대에는 1/3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발전속도가 계속된다면 10년 안에 피고용자 2명 가운데 한 명은 브라질 식으로 일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전염병처럼 번져 가는 노동의 불안정성은 중산층까지 포함하는 생활세계의 특징적 면모가 될 것이다(Beck, 1999: 23-36). 따라서 서구사회의 브라질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중산층이 몰락해 가는 가운데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돈을 가진 부자에게는 시간이 없고, 시간은 무한정 있지만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돈이 없는 가난뱅이로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Beck,1999: 165-193).
이상과 같은 서구사회 노동의 브라질화는 경제위기 이후로 우리에게도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의 증가로 말미암아 늦게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빨리 퇴출당하고 있으며, 그나마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2. 최근 한국의 여가변동

노동시장의 브라질화 때문에 여가는 양극화되었으며, 여가소비의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여가소비는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의 희소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단위 시간당 산출량이 적은 여가시간의 산출량을 늘이기 위해서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줄이는 대신 여가소비를 늘이고 있다. 이는 여가의 상업화로 이어져서 여가 그 자체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가. 여가의 양극화 - 강요된 과잉여가와 강요된 과소여가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놀고 싶지 않지만 놀아야만 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강요된 과잉여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몫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동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한다(강요된 과소여가). 실업률과 노동시간의 동시적 증가는 일부에게 과잉여가를 그리고 다른 일부에게 과소여가를 생산하고 있다(Schor 1992: 107-138). 쉽게 말하면,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은 여가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나. 여가소비의 증가 - 여가의 상업화

합리적인 시간배분이 여가시간과 유지시간의 감소를 초래함으로써 비합리적인 여가소비가 발생한다. 즉, 벌어들인 돈을 쓰고 싶어도 합리적인 여가소비를 계획할 시간이 없어서 여가정보를 제대로 탐색하지 않은 채로 여가소비의 규모만 늘어난다. 그러나 비합리적인 여가소비는 시간의 희소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합리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냐하면 여가활동에 투여하는 시간의 시간당 산출보다 노동시간에 투여하는 시간의 단위 시간당 산출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소한의 여가시간에 최대한의 소비를 함으로써 단위 여가 시간당 산출을 높이려 한다.
이렇게 되면 될 수록 여가는 수익성 높은 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기업은 앞 다투어 여가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따라서 여가상업화는 정도를 넘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각종 복권 등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박이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 들어와서 여가중독을 낳고 있다. 여가인프라의 구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휴 2일제를 시행함으로써 이전과 달이 한 주에 이틀씩이나 전국의 고속도로와 유원지는 몸살을 앓는다.

다. 여가, 민족정체성 정치의 장

경제적 세계화로 말미암아 개별 민족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지는 줄어들어서 전지구와 연결되느냐 아니면 고립되느냐 외에 다른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에 궁극적인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의 브라질화와 여가의 양극화는 제3세계를 넘어서 선진국으로 까지 침투해 들어가고 있으며 급기야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우리가 지난 1997년 12월에 경험한 외환위기는 일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의 문제였으며, 대한민국이라는 민족국가가 경제운용을 잘 못해서 나온 결과만은 아니었다.
세계화를 그렇게 외쳐댔으면서도 이러한 지구적 차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경제적 세계화의 덫에 걸려들었다. 모든 시장을 개방해야 했으며, 행정적 규제를 철폐해야만 했고, 노동력을 서둘러 유연화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아도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진 농촌의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쌀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마당에 여가시장은 예외가 될 수 없었고, 여가산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기업은 합병당하고, 우리는 직장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돌파구는 국가의 정책적 개입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대기업의 경쟁력 회복에서 나온 것도 아니었다. 경제적 세계화로 말미암아 초래된 생존 그 자체의 위기 가운데서 정체성 위기를 겪었던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왔다. 대중음악 시장을 개방하고 난 뒤 한국 사람들은 더 이상 미국 대중음악을 듣지 않았다. 그 어떤 음반사도 취입해 주지 않았던 ‘서태지’의 음악을 선택해서 ‘뉴 키즈 언 더 블록’을 대체했으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대신에 서편제를 봤고, 콜라 대신에 매실음료를 마셨다. 초가를 허물고 아파트에서 살고, 서당을 벗어나서 대학을 다니고, 한복 대신에 양복을 입어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작업이 여가활동 전반에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읽었던 책(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본 영화(서편제?친구?공동경비구역 JSA?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와 공연(명성황후?난타), 들었던 대중음악(서태지) 등은 한결같이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온 국민들이 여가를 통하여 우리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정체성 정치를 펼침으로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담보해 냈다(최석호 2003).


3. 주휴 2일제와 여가변동

주휴 2일제(주5일 근무제)를 시행함으로써 발생하게 될 여가변동의 양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최근의 여가변동이 주휴 2일제로 말미암아 변동을 일으킬 것인지 아니면 지속될 것인지의 문제로 환원된다. 환언하면 주휴 2일제가 최근의 여가변동 양상에 변동을 초래하는 힘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그 양상을 더욱 강화하는 힘으로 작용할지를 안다면 주휴 2일제로 인한 여가변동을 쉽게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비추어서 생각해 보면 주휴 2일제는 최근의 여가변동 양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최근의 여가변동은 사회의 브라질화에 따른 변동양상이며, 사회의 브라질화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의 일환인 노동시장 유연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경제적 세계화의 한 측면이기 때문에 개별 민족국가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폐기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따라서 주휴 2일제는 여가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여가소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여가시간이 늘어나기보다는 노동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의가 있다면 그것은 연속적인 이틀간의 휴일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관건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이틀간의 연휴가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지에 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말미암아 초래된 여러 가지 폐해를 상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에 주휴 2일제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 주당 이틀간의 연휴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가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가. 주휴 2일제와 여가활동의 특징

주휴 2일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 선진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예를 참고하면, 금요일 저녁이 주말이 되고 토요일은 가족과 함께 외식이나 쇼핑을 하고 일요일은 월요일부터 시작될 또 한 주간의 노동을 준비한다. 따라서 시내의 백화점과 양판점은 붐비지만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를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본은 소비의 증가로 더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노동시간을 늘림으로써 빼앗긴 토요일 4시간 동안의 노동시간을 보전하려고 할 것이다. 퇴근시간이 되어도 퇴근하지 못하고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자본의 음성적인 노동시간 연장시도는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주5일제 노동으로 자본은 이중 삼중의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최석호 2003).
명지대학교 여가문화연구센터에서 문화관광부의 용역을 의뢰받아 지난 1월 15일부터 3월 8일까지 은행원?공무원?영세상공인 등 모두 1,557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경험적 조사연구의 결과를 보면, 구미와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5일제가 전면 실시되기 전에 이미 주5일제를 시행한 은행원의 경우에 전체의 80% 이상이 노동강도가 강해졌다고 응답했으며, 미실시집단이었던 공무원과 영세상공인도 각각 70%와 50%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68%의 은행원이 주5일제 실시 이후에 퇴근시간이 늦어졌다고 응답했으며, 공무원은 61%가 영세상공인은 52%가 늦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78%의 은행원들이 업무능률이 높아졌다고 응답했으며, 공무원은 80%가 영세상공인은 48%가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김정운,이장주 2004: 5-14). 요컨대, 주휴 2일제는 이틀간의 연휴를 주는 대신 평일의 노동시간을 늘임으로써 주당 노동시간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고, 노동강도와 노동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주당 4시간의 노동력 결손을 보전할 것이다.
주휴 2일제를 실시하면서 평일의 노동강도와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시간이 늘어난다면, 구미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도 이틀간의 연휴를 적극적이고 동적인 여가활동으로 보내기는 힘들 것이다. 주중에 더욱 높아진 노동강도와 늘어난 노동시간으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버려서 적극적이 동적인 여가활동에 사용할 여력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휴 2일제는 외식산업이나 가정 내 여가 그리고 백화점?양판점 등과 같은 도?소매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여가산업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활동을 설계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동원할 수 없어지기 때문에 정적이고 수동적인 여가활동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는 다시 활동에 깊이 몰입할 수 없게 만들고 따라서 여가만족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Csikszentmihalyi & Lefevre 1989; Csikszentmihalyi 1999: 90-94).

나. 주휴 2일제와 가족여가

주휴 2일제 시행을 전후하여 가장 뚜렷한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가족여가다. 주휴 2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휴 2일제를 실시하면서 가족과 함께 주말여가를 보낸다는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가족과 함께 주말여가를 보낼 계획인 사람의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반면에 가족과 따로 주말여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주휴 2일제 시행 전과 후 그리고 향후 계획에도 거의 변화가 없다.

‘주5일제 실시 이후 누구와 함께 여가를 보내고 있는가 또는 보낼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80.7%를 차지해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건전한 여가를 보내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여가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47.5%가 가족여가프로그램이라고 응답했다. 그 뒤를 이어서 문화예술프로그램(16.9%), 생활체육프로그램(11.8%), 자기계발프로그램(11.5%) 등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가족여가프로그램이라는 응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러한 응답은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이혼률로 말미암아 가족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경제위기 이후로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족의 중요성이 증대한데에도 기인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주5일제는 가족해체의 위기와 가족통합의 기회를 동시에 창출하고 있다.


4. 주휴 2일제와 여가정책

우리 보다 앞서 주5일제를 시행한 나라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 보다 먼저 주5일제를 시행한 모든 나라의 여가정책을 모두 다 참고하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와 유사한 몇 개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생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나라를 사례로 삼을 것인가?
주5일제의 시행 또는 법정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상황 하에서 어떤 여가정책을 시행 했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려고 할 때,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참고하는 몇 개 나라가 있다. 영국?미국?프랑스?독일?일본 등이 바로 그 나라들이다. 이 중에서 미국?일본 등은 우리나라의 여가정책 수립에 적합하지 않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관된 여가정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가정책을 담당하는 전담부서도 없다(박원임, 1991: 96-98). 또한 대불황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해진 것이 노동시간 단축이었기 때문에 우리와는 맥락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에는, 자국의 결정에 의해서 주휴 2일제(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 주휴 2일제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Rybczynski, 1991). 또한 10년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주휴 2일제를 시행한 이후에 여가정책 전담부서 자체를 없애버렸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되지 못한다.
반면에 영국의 경우에는, 중앙정부차원에서 일관된 여가정책을 수립한 이후 지방정부와 고등교육기관 등이 자연스럽게 중앙정부의 여가정책에 동조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유도하였다는 점과 주 40시간 노동(주5일 근무제)이라는 상황이 동일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사례가 된다. 이하에서 영국의 여가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영국의 여가정책

여가를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사회복지 차원에서 여가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1970년대 초 영국 여가정책의 목표는 여가권리를 보장하고 여가복지 혜택을 전국민에게 골고루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1973년에 제출된 ‘콥햄보고서’(Cobham Report)에 의거하여 혁신적인 여가개혁을 실시했다. 이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기존의 여가관련기구들을 통합하여 전문여가기구로써 ‘여가복지시설 관리기구’(Institute of Leisure and Amenity Management)를 설립하였고, 기존의 공공부문 여가관련 시설들을 하나로 묶어서 ‘여가센터’(Leisure Centre)로 일원화하였으며, ‘여가관리사’(Leisure Manager) 제도를 도입하여 복지국가의 사회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여가전문가를 양성하기 시작했다(Henry, 2001: 147-153).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는 사회복지론을 대체한 신경제실재론에 입각하여 여가정책을 시행했는데, 청소년문제,도시문제 등과 같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여가복지시설 관리기구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이에 따라 여가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층에게 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문제의 해결을 시도하였다(Henry & Bramham, 1993).
1980년대 말에서 현재까지는 효율적 여가관리와 상업적 여가경영의 필요성 때문에 ‘여가복지시설 관리기구’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이로써 모든 서비스 영역에 적용되는 단일한 보편적 논리인 ‘강제적 경쟁’의 논리가 여가서비스에도 적용되었다. 이러한 신우파의 요구에 발맞추어 ‘여가복시설관리기구’는 납세자에게 적정 비용을 부과하는 대신 고품질의 여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업부문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Henry, 2001: 155-160).
사회복지론?신경제실재론?신자유주의 등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향에 따라 여가정책의 기본적인 강조점은 달랐으나 콥햄보고서에 의거한 여가개혁 이후 일관성 있는 여가개혁이 이루어 졌다. 일관된 여가정책의 내용은 첫째로 기존의 공공부문 여가시설을 일원화했다는 것이다. 공원?수영장?스포츠시설?레크리에이션 수련관 등을 여가센터로 통합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가서비스는 통합된 공공부문 여가시설인 여가센터와 상업부문 여가시설인 여가클럽?헬쓰센터 그리고 자원부문 여가시설인 각급 학교의 지역여가센터(community leisure centre) 등에서 제공하는 여가서비스 등으로 삼원화되었다(Henry & Bramham, 1993). 둘째, 여가복지시설 관리기구를 설립하여 여가시설 관리에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기하고 있다. 이것은 자유시간이 증가하면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면서 여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여가와 관련된 인적 자원, 재정적 자원 그리고 여가시설 등을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관리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여가시설을 통합하데 이어서 레크리에이션 관리사협회?레크리에이션 관리협회?공원 및 레크리에이션 행정연구회 등 각종 여가관련 기구들을 여가복지시설 관리기구로 일원화했다. 여가복지관리기구는 여가교육, 여가관련 연구조사, 여가정보제공, 정부와의 정책적 협의, 여가활동 참여자의 여가경험의 질 향상 도모 등을 통하여 여가관리의 표준을 향상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여가실태보고서(Fact Sheets)?여가정책제안서(Policy Position Statement)?여가관련 출판물 등을 발간하고 여가정보센터(Information Centre)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여가전문가 계속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중앙정부의 여가정책시행과 지방정부의 여가시설 관리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http://ilam.co.uk). 셋째, 여가관리사 제도를 도입하여 여가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여가시설을 통합하기 전에는 여가관련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여가시설 조경?수영장 수질관리 등 기술적인 부분을 주로 담당하였으나, 여가시설을 통합한 이후에는 시설관리 및 여가프로그램을 개발 등 전문성이 요청되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 실무경력과 여가교육연한에 따라 삼등급으로 분류된 여가관리사 제도를 도입하고, 자격증 발급업무를 ‘여가복지시설 관리기구’와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관리기구’(Institute of Sport and Recreation Management)가 관장하도록 하였다(10th June 2003, The Guardian; www.prospects.ac.uk). 넷째, 기존 고등교육기관에 여가관련 학과의 개설을 유도하여 여가교육을 강화하였다. 여가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 일반인에 대한 여가교육 등 여가교육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여가관리사 자격시험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여 일반대학에 여가학과 개설을 유도하는 한편 기존 여가관련학과에서 여가교과목을 신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Henry, 2001: 148-153).
요컨대, 영국의 여가정책은 세 시기로 구분되는 변천과정을 겪어왔고 각 시기마다 여가정책의 기본적인 강조점은 달랐다. 1970년대에는 사회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여가복지 증진을 강조하는 여가정책,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는 각종 사회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여가혜택을 적게 받는 빈곤층 위주의 사회사업적 여가정책, 1980년대 중반에서 현재까지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지향적 여가정책 등 그 강조점을 달리하면서 여가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국 여가정책의 근간은 콥햄보고서에 의거한 여가개혁으로 형성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여가정책의 강조점은 달랐으나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가산업활성화 또는 여가소비의 증대가 아니라 여가활동 참여제고와 실질적인 여가시간 증대를 위해 여가시설 통합?여가복지시설 관리기구 설립?여가전문가 양성?여가교육과정 개설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다.

2) 한국형 여가정책 수립을 위한 제언

노동시간의 단축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자유시간의 증대에 대처한 영국의 여가정책 사례와 한국의 여가실태를 감안하여 한국형 여가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여가정책 시행의 최우선 과제는 삶의 질 향상이어야 한다.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여가정책의 목표는 여가산업의 활성화 또는 여가소비의 증대가 아니라 여가활동 참여율 제고와 실질적 여가시간 증대를 통한 여가생활 만족도의 향상이어야 한다. 둘째, 독일의 경우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공교육에 여가교육을 의무화하여 여가교육의 기회를 확대하여야 한다. 아울러 고등교육기관의 여가관련학과에서 여가관련 교과목을 더 많이 개설하거나 기존 고등교육기관에서 여가학과를 개설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셋째, 여가전문가를 양성하여 지역실정에 맞는 여가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하게 하고 여가시설 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영국의 여가관리사와 유사한 자격증 제도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기존의 공공부문 여가시설을 통합하여 일원화함으로써 시설관리와 사용의 효율성 그리고 생산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아울러 공공부문과 상업부문 여가시설의 연계를 강화하여 사용자의 편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영국의 여가복지시설 관리기구와 유사한 형태의 정부 산하 여가문화지원본부를 신설함으로써 건전한 여가문화 정착을 지원하여야 한다. 여섯째, 민족 정체성을 재현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개발?보급하여야 한다. 세계화로 말미암은 정체성위기를 정체성 정치로 극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족 정체성이 재현된 여가활동을 개발?보급함으로써 여가활동 참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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