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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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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사무국 등록일: 2004-12-03 12:52:47      조회수: 7432
제목 : 휴(休)테크는 행복의 기술이다- 김정운 명지대 교수
* 휴(休)테크는 행복의 기술이다

휴(休)테크는 나처럼 억지로라도 실천해야 한다. 휴테크는 단순히 쉬는 기술, 노는 기술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좋은 집을 사고, 폼나는 자동차를 굴리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행복론을 나는 '결과로서의 행복론'이라고 정의한다. 조건이 채워진 결과로서의 행복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로서의 행복론의 문제는 그 조건을 채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내 이름으로 된 30평 아파트만 생겨도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행복했지만 곧 40평대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면서 못마땅해지기 시작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굴러만 다녀도 행복했던 시절이 엊그제인 풀 옵션의 세단이 눈에 자주 띈다. 결국 결과로서의 행복론을 가진 사람은 영원히 행복할 수 없게 된다. 항상 새로운 조건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행복론이 있다. '과정으로서의 행복론'이다. 어떤 조건이 얻어지거나 이뤄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에 몰두할 때 행복하다는 주장. 심리학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한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무아지경을 느끼며 시간가는 줄 모르는 이러한 심리적 차원을 전문용어로 '플로우(flow)'라고 한다. 마치 어렸을 때 저녁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해질 때까지 놀았던 그러한 느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과정으로서의 행복론'을 가진 사람은 '결과로서의 행복론'을 가진 사람에 비해 훨씬 쉽게 행복해 질 수 있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내가 좋아하는 일에 바로 몰두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과정으로서의 행복론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그리 쉽게 행복해질 수 없다. 자기가 재미있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찾아라

여가정보학과 교수라니까 사람들은 묻는다. "어딜 가면 재미있어요?" "뭘 하면 재미있어요?"
나는 되묻는다.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은 항상 행복하다. 아이들은 항상 재미있어 하는 일만 찾기 때문이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그방 잊어버린다. 우리 둘째녀석은 자기 형시 6살이나 위인데도 자주 싸운다. 물론 형에게 얻어맞고 온 집안이 시끄럽게 울지만 엄마는 두 녀석 모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내고 벌까지 세운다. 잠시 후 가만히 들여다보면 두 녀석이 히히덕거리며 장난치고 있다. 노느라고 자신들이 혼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자라던 우리의 아이들이 어느 순간인가부터 재미를 박탈당한다. 재미가 없다는 사실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공부하라는 잔소리와 더불어 갖가지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내면서부터 아이들은 불행하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부모들은 스스로도 불행한 사람들이다. 자신들도 자라면서 재미를 박탈당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노는 꼴을 못 본다. 아이들로부터 재미를 박탈하는 것이 아이들을 자신들과 똑같이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른다.

부모들로부터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망설이다가 대답하는 내용이 모두들 비슷하다. 여행 가는 것, 영화보는 것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어떤 방식의 여행인가가 분명해야 한다. 영화를 보더라도 어떤 종류의 영화가 좋은가가 분명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기에 부모들은 사는 재미가 없고, 사는 재미가 없기에 행복하지 않다. 몰두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알았어야 했다. 뒤늦게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라면 무엇보다도 먼저 재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미는 엄청나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환희를 느껴야 한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 못 노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휴가를 가서도 무슨 엄청난 재미가 없는가 하고 거리를 헤매다가 결국은 폭탄주로 밤을 지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모들 밑에서 자란 우리의 아이들 또한 웬만해선 재미를 못 느낀다. 컴퓨터 게임은 갈수록 자극적이 되어가고, 게임의 방법 또한 잔혹해진다.


* 사소한 취미라도 마니아가 돼라

사소하게 즐겨야 한다. 저녁식사 후 아이들과 손잡고 나서는 산책길이 행복하고, 아내와 남편이 밤늦은 시간에 함께 마시는 포두주 한잔이 즐거워야 한다. 아파트 입구에 핀 촌스런 색깔의 들꽃에 기뻐할 줄 알아야 한다. 방바닥을 뒹굴며 듣는 낡은 LP 음악에 감격해야 한다.

시간 나면 뭐하세요?"라는 질문에 남들 다 좋아하는 여행가기, 영화보기로 대답하는 사람처럼 한심해 보이는 경우는 없다. 여행을 가더라도 남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여행을 하자. 선사시대의 유적을 찾아다니는 여행, 특별한 식물, 곤충을 찾아다니는 여행, 역사적 사건을 뒤쫓아다니는 테마여행과 같이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즐겨야 한다.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특별한 장르나 특별한 감독의 영화를 즐겨야 한다. 적어도 내가 즐기는 것만큼은 내가 최고가 되어야 한다. 즉 마니아적 취미를 가져야 한다는 뜻.

나이가 들수록 내 존재는 내 이름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지위, 가족에서의 관계로 내 존재는 확인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위나 관계는 항상 변한다. 심지어는 가족의 관계에서 주어지는 엄마, 아내로서의 존재마저 그 의미가 항상 상쾌하고 기쁜 것만은 아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지쳐 있을 때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만이 할 수 있는 마니아적 취미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 존재는 내가 즐기는 취미를 통해 확인된다. 이런 사람들은 가족이 다 떠난 후 '빈둥지증후군'을 느끼거나 다 늙어 '바다를 찾겠다'고 떠나는 한심한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


* 잘 노는 아이가 성공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많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더라도 우리 아이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항상 나타난다. 특히 같은 학년 전국의 아이들을 1등부터 60만 등까지 줄세우는 이 땅의 교육현실에서 내 아이가 전국 일등이 되기를 바라며 아이를 다그치는 부모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출세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학창시절 공부 잘하던 사람들은 사회에서도 대부분 모범생이다. 시키는 일은 성실하게 잘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들은 창의적인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 이제까지 시키는 일만 잘했지 시키지 않은 일은 해본 적인 없기 때문이다. 20세기는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였다. 열심히 시키는 일만 해도 앞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는 창의적인 사람이 앞서가는 세상이다. 시키지 않은 일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다. 시키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은 이러한 새로운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렵다.

나만의 재미있는 일을 가진 아이들은 창의적이다. 재미를 느끼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 매일 똑같은 놀이는 재미없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재미를 느낀다. 즉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만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재미를 지속적으로 찾아나서는 아이들이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21세기를 앞서나가며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듣고 자란 낡은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로 아이들을 설득하지 말아야 한다. 내 아이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잘 놀게 해줘야 한다. 남들과 똑같은 모양으로 노는 것은 잘 노는 것이 아니다. 똑같이 노랑머리 하고 똑같은 힙합춤을 추는 내 아이를 잘 노는 것으로 착각하며 흐뭇해하는 부모는 그 아이만큼 어리석은 사람이다.


* 우리의 아이들을 베짱이로 만들어라

개미와 베짱이의 21세기형 버전이 있다. 여름 내내 열심히 일했던 개미는 허리디스크에 걸려 겨울 내내 여름에 벌었던 돈을 다 써버린다. 베짱이는 여름 동안 놀면서 만들었던 노래를 가지고 신곡을 취입하여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진입한다. 이렇듯 21세기에는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문화적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21세기에는 성실하게 공장에서 나사만 돌리는 사람은 필요없다. 내 아이가 마니아적 취미를 찾아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도와준다고 별의별 과외선생이나 붙여주는 황당한 일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마니아적 취미를 즐기는 모습을 아이는 자연스럽게 배운다. 부모가 잘 놀아야 아이가 성공한다.

결국 성공이란 돈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자주 웃고 많이 사랑하는 것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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