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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사무국 등록일: 2003-11-07 10:38:24      조회수: 9087
제목 : 주5일근무제, 텔레비전의 운명은?-박소라
주5일근무제, 텔레비전의 운명은?


후이징아(Huizinga)는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는 말로 인간의 본성을 표현했다.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가 생각하는 인간을 강조했다면, 호모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의 본성을 재발견한 것이다.

텔레비전은 놀이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대어 인간에게 놀이와 같은 재미를 주려고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선술집에서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뽕짝을 부르며 놀이를 즐겼다면, 이제는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서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옛날에는 할머니의 구전동화를 들으며 환타지에 빠졌다면 지금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환타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또 옛날에는 씨름판에서 소 한 마리 걸어놓고 응원을 벌였다면, 이제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방송되는 프로야구를 보면서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이렇듯 텔레비전은 산업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놀이와 휴식의 상징이다. 직장인들이 고단한 일과가 끝나고 돌아오면 텔레비전은 이를 풀어주는 휴식수단이다. 또한 일주일 내내 쌓인 피로를 휴일에는 모처럼의 늦잠 이후에 텔레비전을 보는 것으로 낙을 삼는다. 밖에 나가서 놀 돈도 없고 놀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텔레비전은 가장 편안하고 값싼 여가였다.

그런데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 텔레비전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떠나서 야외활동을 즐긴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텔레비전은 우리 곁을 떠나게 되는 것일까? 2002년 6월 여가문화학회의 조사에 의하면, 주5일 근무제 실시집단의 경우, 가장 보편적인 여가활동은 가족과 함께 지내기(41.6%, 이하 복수응답), 집에서 휴식 및 TV시청(32.2%), 스포츠활동(21.0%)과 여행(21.0%), 레저활동(19.0%) 등의 순이었다. 그런데 비실시 집단의 경우는 집에서 휴식 및 TV시청(44.5%), 미디어활동(30.2%)등이 높게 나타난 반면, 레저활동(13.6%)이나 스포츠활동(13.6%)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주5일제를 실시하지 않은 집단의 경우는 여가를 집에서 TV를 시청하거나 영화보기 등을 통해 구현하지만, 주5일제를 실시하는 집단의 경우에는 가족과 함께 밖으로 나가는 것이 중요한 여가행동이라는 것이다. 화면 속에서만 봤던 설악산과 내장산 단풍을 이제는 직접보고 즐기려고 하게 되었다.

그래서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텔레비전의 운명이 어둡다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예상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디지털 미디어의 도입에 따라 텔레비전이 인간이 가는 곳 어디든지 찾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디지털미디어의 도입에 따라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안방의 붙박이 텔레비전이 산업사회의 산물이라면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텔레비전은 디지털 사회의 모습이다. 과거 아날로그 텔레비전이 안방에 놓여있으면서 이 곳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였다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다양한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텔레비전 콘텐츠를 전하게 될 것이다. 텔레비전의 지배력을 일상적인 야외생활에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 기술은 이렇듯 휴식을 위해 밖으로 나간 사람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동수신이 가능한 텔레비전 기술 덕에 핸드폰에서 텔레비전이 나오고 있으며, 자동차 안에서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사람이 거실의 텔레비전으로 몰려들지 않고, 텔레비전이 여행하는 사람들을 쫓아다닐 차례인 듯싶다.
이른바 컴퓨터 기술에서 유비쿼터스(ubiquitous) 기술이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이 가능하게 만들 듯, 방송 또한 언제 어디에서나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텔레비전시대는 놀이하는 인간의 기본욕구에 부응하는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미디어의 인간지배를 강화하는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소라(광운대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 sora@kw.ac.kr)


업코리아 www.upkorea.com 주5일근무제 특집기사 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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