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News & 칼럼 > 칼럼 : 2018. 12. 16, 일요일
학회 오시는 길
Sitemap
글쓴이: 사무국 등록일: 2003-10-28 11:38:41      조회수: 9175
제목 : 주5일근무제, 주말에는 멋진 공연 한편을 - 정재왈
주5일근무제, 주말에는 멋진 공연 한편을


공연관람이 일상화된 독일인들

얼마 전 독일 베를린을 다녀왔다. 8년만의 일인데, 그 사이 베를린은 참 많이 변해있었다. 나간 집 마냥 쇠락해 을씨년스럽던 동베를린 지역 건물들도 말끔히 새 단장 중이었다. 곳곳에 멋진 디자인의 새 건물들이 들어서 옛 기억을 더듬다간 자칫 길을 잃을 판이었다. 현대 도시 재건축의 한 모델로 꼽히는 옛 베를린 장벽 근처 포츠다머 플라츠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상전벽해’같은 급변의 와중에서도 이곳에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풍경이 있었다. 그것은 공연예술에 대한 베를린 사람들의 식지 않은 사랑이었다. 독일 오페라의 요람인 도이체오퍼와 슈타츠오퍼건, 베를린필이건, 그 외에 전통의 극장들, 즉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활동한 베를리너 앙상블이든, 문자 그대로 독일 민중극(民衆劇)의 중심이었던 폭스뷔네든, 공연 때마다 꽉꽉 들어차는 관객들의 행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TV도 재미없고, 마땅히 볼만한 영화도 없고 여행을 떠날 여유도 없어서 그들은 공연장을 찾는 것일까. 아니면 공연예술을 좋아하는 특별한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해답을 찾을 길 없어 그냥 ‘학습된 습관’이려니 생각하던 차에, 이곳에 10여 년 살면서 반(半)독일인이 된 친구가 이렇게 일갈했다. “우리는 술집이나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지만, 독일 사람들은 오페라나 연극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게 이곳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지.”

일상화한 공연관람 문화라면 섣불리 그 현상을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그걸 ‘해석’하려는 의도 자체가 이들의 고차원적인 여가활동에 욕이 되는 일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은 무지무지 부러운 일이었다. ‘고급’(글쎄, 그 급의 기준이 뭔지 모르지만 세속적인 표현법을 그대로 쓰자) 술집이 즐비한 강남의 유흥가 한복판에서, 그들의 문화와 전혀 다른 공연예술 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지 모른다. “우리나라에 스트레스 풀만큼 좋은 공연이 도대체 몇이나 있어.” 이 또한 백 번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싶어 남의 나라 일과 우리를 맞비교 하는 일은 그만하자. 굳이 말머리에 외국 사례를 든 것은, 주5일 근무제라 해서 여가시간이 크게 늘어날텐데 ‘혹시’ 공연예술계가 그 효과의 ‘떡고물’이라도 건져볼 수 없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이런 획기적인 제도 변화 외에 공연예술계를 발전시킬 외생적 변수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그야말로 혁명적인 장기비전이 없지는 않다. 그야말로 전인교육을 목표로 학교 교육을 전면 개편해 어릴 적부터 예술활동을 습성화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독일 사람들 못지 않은 ‘문화생활인’이 되리라고 확신하지만, 입시가 인생의 거의 모두를 결정짓는 요즘의 판국에 이런 말을 함부로 떠들다가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낙인찍히기 딱 맞을 일이다.

주5일제로 공연예술이 활성화될지는 미지수

내년 중 거의 전 사업장에서 실시될 주5일 근무제와 공연예술계는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서 만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공연예술계는 보통사람들의 증가된 여가시간의 극히 일부라도 흡수할 수 있다면 이전보다 훨씬 시장이 활성화하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한 치밀한 국내의 연구는 없는 듯한데, 그나마 선진적 연구를 한국문화관광정책개발원이 낸 바 있다. 이곳이 2000년 낸 보고서(『주5일 근무제 시행에 대비한 문화정책방향』) 중 「희망하는 여가활동 조사」에서 ‘예술감상’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높게(2000년 8.3%로 10.7%를 기록한 여행에 이어 두 번째) 나타나 시장변화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한마디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공연예술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단련된 ‘직관’을 들이대 보면 주5일제 근무 실시 초반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모두들 “밖으로, 밖으로”를 외치며 아웃도어 레저활동에 몰입하는 것이 대세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주말, 구체적으로 일요일 저녁 공연은 모객(募客)이 사실상 불가능해 공연을 없애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에도 이 시간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주5일 근무제가 공연예술계에 미치는 마이너스 효과이다.

대신 긍정적인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아웃도어 레저활동과 연계된 ‘탈(脫)도시형’ 예술활동의 성장 가능성이다. 요즘 유행하는 지자체 중심의 지역 페스티벌 등에는 주5일제 근무제가 호재임이 분명하다. 이를 통해 문화의 지방분권화가 확산될 수 있다. 강원도 봉평의 ‘이효석 예술제’ 등 특화한 지자체 문화상품이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것은 이런 세태변화의 반영이다. 다만, 이런 축제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서울 등 대도시 것을 그대로 ‘모셔다가’ 장소만 바꿔 펼쳐 보이는 게 아니라 내용까지도 지역 색이 물씬 나는 것으로 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주말 공연 한 편이 삶의 질을 높인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공연예술활동의 중심지는 극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극장의 문턱이 보통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높았다. 극장 등 공연예술계의 엄숙주의와 예술가들의 순수예술지상주의가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는 관객들의 몰이해도 문제는 문제였다. 그런 시각의 저변에는 늘 ‘시간없음’ ‘여유없음’이 깔려 있었다.

초압축 근대화의 시대를 산 한국인들에게 ‘바쁨’은 일상이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바쁜 일상에서 공연예술을 포함한 뭇 예술활동의 참가는 일의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야 했으며 사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부실한 교육제도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묵인하는 ‘공범(共犯)’ 구실을 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시대를 벗어나려 한다. 고생의 결과 이젠 물리적인 여유 시간의 증대를 제대로 챙겨야 하는 과제를 남겨 놓고 있다. 다양한 여가 활동 중에서 공연예술에도 따스한 눈길을 주어 삶의 질을 높여 보고 싶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공연예술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분명 문화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정재왈(연극평론가, LG아트센터 운영부장)


업코리아 (www.upkorea.com )주5일근무제 시리즈 No. 5



      ◀    이전 | 목록 | 다음    ▶
나도 한마디 (100자이내)
   
양동관 지방에서 하는 문화행사는 내용까지 등록을 하여 모방하는 일이 없도록 규제를 하였으면 합니다. 떡장사가 잘되면 너도나도 떡장사를 하니 특색이 없어져 버립니다. 2003-11-06
양동관 주5일제가 공연예술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참가하기 위한 중간 매개적 역할을 하는 공연이 활성화 되었으면 합니다. 2003-11-06
Bradley 쨀쨩쩔챘 2015-10-23
2017-04-27
2017-05-03
copyright ⓒ 2002 www.lculture.net. All rights reserved..
Any Questions or Any Contact, Please Contact us or E-mail to Webmaster